“결국 사람 살리는 것은 속도 아닌 따뜻함”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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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월정사 지킴이 작성일26-07-11 09:00 조회6회 댓글0건본문
“결국 사람 살리는 것은 속도 아닌 따뜻함”
- 허정철 기자
- 승인 2026.07.10 14:25
- 호수 3930
문명전환기 맞은 한국사회
불교적 시선으로 성찰하며
문제에 해답 제시한 철학서
“효율과 경쟁의 문명에서
관계와 공존의 문명으로”

제4교구본사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AI 시대와 문명 전환기를 맞아 한국불교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를 최근 출간했다. 정념스님은 6월19일 서울 앰배서더 풀만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 책은 AI 시대와 신자유주의 문명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 소외와 양극화, 노동의 위기와 공동체 붕괴를 통합적으로 분석한 문명 비평서이자, 불교적 시선으로 성찰한 문명 철학서다. 정념스님은 오늘의 위기를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인간 의식의 문제”라며 오늘날 문명을 효율성이라는 단일 가치가 지배하는 체계라고 규정한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절대 가치가 된 시대 속에서 인간은 점차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전락했고, 공동체는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끝없는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밀어내야 하는 경쟁자로 변해가고 있으며, 그 결과 양극화와 갈등, 혐오와 단절이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퇴우 정념, 시대를 깨우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AI에 대한 독창적 해석이다. 스님은 AI를 단순한 첨단 기술이나 인간의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욕망과 사고방식, 선택이 축적된 결과이며, 인간 내면을 그대로 증폭시키는 “업(業)의 증폭 장치”라고 말한다. 즉 탐욕과 혐오, 경쟁과 지배욕을 학습한 AI는 그것을 더욱 거대하게 증폭시킬 것이고, 반대로 자비와 공존, 생명 존중의 가치를 학습한 AI는 전혀 다른 방향의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미래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떤 인간이 어떤 가치관으로 AI를 만들고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스님은 오늘날 사회가 효율성과 경쟁만을 절대 가치로 삼으면서 인간을 점점 수단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인들은 서로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경쟁자로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양극화와 갈등, 혐오와 단절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념스님은 이 책에서 새로운 문명의 방향도 함께 제시한다. 그 핵심은 불교의 화엄 사상과 법계연기, 인드라망의 철학이다. 모든 존재는 거대한 관계망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어느 하나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스님은 “나 혼자만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한 사람의 고통은 결국 공동체 전체의 고통으로 이어지며, 기후 위기와 혐오, 전쟁과 양극화 역시 모두 연결된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래서 스님은 오늘의 문명이 ‘효율과 경쟁의 문명’에서 ‘관계와 공존의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시민보살론’이다. 정념스님은 “오늘날 수행자가 더 이상 산중이나 법당 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수행은 개인의 마음을 고요히 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스님이 말하는 진정한 보살은 법당 안에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양극화와 혐오, 전쟁과 기후 위기, 인간 소외와 공동체 붕괴의 현장에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고통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는 사람이다. 따라서 “수행은 법당 안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완성된다”라는 선언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오늘날 한국불교가 현실과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인 동시에 새로운 실천 선언이다.
이처럼 이 책은 오늘날 한국 사회와 불교계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성찰과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기술과 자본이 문명을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인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스님은 그 해답으로 이렇게 말한다. “결국 사람을 살리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따뜻함이다.”
이외도 스님은 이 책과 함께 오대산 상원사와 월정사 주지로 지내 온 지난 30년의 수행과 원력, 문화 불사와 사회적 실천을 정리한 <오대산문 수행일지 : 오래된 미래 새로운 화엄> 전 3권도 함께 출간했다.
불교신문/허정철 기자
출처 : https://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44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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