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의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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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9-03-26 14:42 조회3,394회 댓글0건본문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따라서 역사는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잔인한 교수(敎授)일 수 있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날,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결렬된 후 한반도 문제는 트럼프의 ‘부와 발전’이라는 낙관주의와 북한의 어정쩡한 핵 결단 속에서 헤매고 있다. 또, 북한은 최근 한반도 비핵화가 북한만의 비핵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한미동맹 역시 시험대에 오르기 직전이다. 북한은 이제 한국과 더 좋은 운이 있는지 주판알을 튕겨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외교는 끝이 아니며 항상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한반도의 냉전은 70년 넘게 지속돼왔다. 탄허스님의 셈법대로라면, 벌써 두 세대 하고도 반이 지난 오랜 시간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북미 양국의 트위터 싸움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냉정하고 지혜롭게 북미 간의 관계와 동북아의 정세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독일이 통일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메르켈 총리는 지금도 독일 통일은 진행형이라고 말한다. 독일이 통일을 준비한 것은 1969년 브란트 총리 시절부터다. 이후 1972년부터 1987년까지 15년간 무려 34차례의 협상을 통해 과학, 문화, 환경 등 민간부문에서 동서독 간 교류가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1982년 슈미트 서독 총리의 동독 방문에 이어 1987년 호네커 동독 공산당서기장이 서독을 방문함으로써 독일 통일에 일대 전기가 마련되었고, 결국 그 오랜 교류와 협상과 인내 끝에 1990년 통일을 이루어냈다. 이제 겨우 서너 번의 정상회담이 실익 없이 끝났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한반도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남북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각국과 세계인류 전체의 문제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세계가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동의 화약고를 이어받은 한반도가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어떤 평화의 메시지를 던지느냐에 지구촌의 눈길이 쏟아진 것이었다. 평창은 그 물음에 평화와 번영으로 답했고, 알다시피 이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려 모두가 환호했다. 이제 첫 발걸음을 뗀 것이다. 독일의 통일에 21년이 걸렸고, 그 이후 또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일은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을 우리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안중근 의거 110주년과 3·1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우리 국민은 더 깊은 겸손과 자제와 인내를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생업에 바쁘고 경기가 안 좋다고 관심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하여 포기할 수도 없고 관망하거나 주저할 수도 없다. 남북화합과 통일은 우리 민족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모든 일은 천운과 시운과 국운이 따라야 하는데, 거기에 더해 남북한 8,000만 민족의 염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일이다.
우리 국민 자신이 주체성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인류평화와 번영을 위하여 노력하고 경주해야 한다. 위기는 기회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
평창은 기다림을 배우고 쉬지 않고 정진해야 함을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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