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P 정책'을 제안하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8-06-16 03:25 조회3,308회 댓글0건본문
지난 6월 12일,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싱가포르의 센토사 섬에서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그날 두 정상의 만남을 두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념비적인 회담이라는 극찬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별로 없다’는 박한 평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단 70년, 정전 65년을 끝내고 남북을 넘어 세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한 세기적 만남이었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평화는 이제 시대적 화두가 되었습니다. 반목과 대결의 역사를 종식하고 상생과 공존의 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물결입니다. 이 물결을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우리 한반도 미래의 명운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그 동안 가보지 못한 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분단의 역사가 주변 강대국들의 주도권 다툼에 의한 것이었던 것처럼 지금도 이들은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숟가락을 얹고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이 도저(到底)한 흐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또 다시 역사의 국외자가 될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소승은 ‘5P 정책’을 제안합니다.
첫 번째 P는 ‘평창(Pyeongchang)’의 P입니다. 오대산이 품은 평창은 생명을 이어가는 어머니의 땅이며, 5천 년 민족의 역사를 간직한 영혼의 안식처입니다. 또, 2018 동계올림픽과 함께 남북 평화의 맹아(萌芽)가 움튼 곳입니다. 이러한 평창의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판문점(Panmunjeom)’의 P입니다. 판문점은 분단과 비극의 현장이었지만 지금은 4.27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의 상징으로 변했습니다. 남북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을 가볍게 오가는 모습에 전 세계인들이 환호했습니다. 적대적 군사 대립의 분계선을 아무것도 아닌 ‘금’으로 만들어버린 판문점 회담의 의미를 존중하자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People)’의 P입니다. 모든 제도와 정책은 사람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것은 인본주의(人本主義)입니다. 물질 만능주의, 대량의 살상무기 모두 반(反) 휴머니즘입니다. 북핵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문제들은 모두 물질과 조직 이기주의의 결과입니다. 철조망만 걷는다고 통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 모두 사람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풀어나간다면 통일은 더 앞당겨질 것입니다.
네 번째는 ‘평화(Peace)’의 P입니다. 평화는 인간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로, 화엄사상(華嚴思想)과도 통합니다. 지금도 세계 각처에서는 이념분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평화가 없다면 그 무엇도 가치가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번영(Prosperity)’의 P입니다. 이 번영은 경제적 발전만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복지, 환경 등 모든 것을 포함하는 함의(含意)입니다. 이것은 우리 삶의 진보를 뜻하는 것으로 공정과 평등, 배려와 이타(利他)가 살아있는 불국토(佛國土)를 지향합니다.
소승이 제안하는 ‘5P 정책’은 평창에서 시작하여 판문점 정신을 거쳐 사람을 살리고 평화롭게 번영하는 새로운 길을 위한 제안입니다. 이는 자비보살(慈悲菩薩) 정신과도 일치하고 동시에 탄허스님이 주창한 통일의 올바른 방향입니다.
주변국들의 이익에 의한 분단으로 그 피해는 선의의 우리 민족이 입었습니다. 이제 남북이 손잡고 ‘5P’에 바탕을 둔 정책과 제도로써 통일을 향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시작을 우리는 평창에서 보았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