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小男)과 한반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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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9-06-26 15:52 조회3,204회 댓글0건본문
냉전시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두 축을 중심으로 진행됐습니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하는 한 축과 북‧소‧중을 중심으로 하는 또 다른 한 축이었습니다. 냉전 해체 후 이러한 축은 전 세계적으로 퇴색했습니다. 각국의 이해에 따라 뭉쳤다, 흩어졌다 반복하게 된 것입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게 된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계는 여전히 굳건합니다.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이 전과 같지 않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만, 서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밀월관계를 보면 단순히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해석만으로는 부족해보입니다.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입니다.
역학의 괘를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간방(艮方)’에 해당합니다. 역학에서 ‘간(艮)’은, 사람으로 치면 ‘소남(小男)’입니다. 즉, 젊은 남자입니다. 월정사 조실이셨던 탄허 대강백은 생전에 역학으로 우주세계를 설파했는데, 그때 자주 강조했던 것이 바로 ‘소남(小男)-소녀(小女)’ 원리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남이고, 미국은 소녀로, 소녀가 소년을 흠모하듯이 미국은 우리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해방 이후 수없이 국제 이해관계가 급변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우호는 변하지 않은 까닭이라는 것입니다.
‘간방(艮方)’을 다시 나무에 빗대면 열매입니다. 열매는 ‘시종(始終)’이라는 본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열매는 뿌리의 도움으로 결실을 맺는데, 일단 결실이 되면 자기를 시작시켜 준, 다시 말해 열매를 맺게 해준 뿌리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오히려 열매는 뿌리를 향해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고선 낙과(落果)하여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바로 ‘소남(小男)’과 같은 원리입니다. 아버지의 결실이 소년인데, 소년은 아버지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작을 도모합니다. 우리의 근현대사가 젊은이들(소남)의 ‘시종(始終)’으로 이어져 온 게 이를 증명합니다.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것이 그렇고, 70년대 유신반대 투쟁이 그렇고, 80년대 유월항쟁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역사 진행의 변곡점은 모두 젊은이들, 즉 ‘소남’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몇 년 전 촛불항쟁도 마찬가지입니다.
4‧19혁명 이후 세계 도처로 젊은이들의 봉기 현상이 번져나가 ‘스튜던트 파워’라는 정치용어까지 생겼습니다. 최근의 홍콩 대규모 시위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남’은 최근 큰일을 냈습니다. 방탄소년단과 U-20 월드컵 국가대표입니다. 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뒤흔든 방탄소년단은 이미 국제 스타가 됐습니다. 유발 경제효과가 10조 원 가까이 된다거나, 우리나라를 알리는 홍보대사로서 이보다 더한 사례가 없었다는 평가는 이미 흔한 말이 됐습니다. 전 세계의 팬들이 대한민국의 ‘소남’을 보려고 스타디움에 수만 명이 운집하는 모습은 실로 장관입니다.
U-20 월드컵 국가대표의 결승 진출은 또 다른 우리 ‘소남’들이 일궈낸 쾌거입니다. 아쉽게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결승 진출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탄허 대강백은 역학을 ‘천지인(天地人)’ 세 가지로 분류했는데, 6,000년 전에는 하늘(天)을 중심으로 한 복희팔괘(伏羲八卦), 3,000년부터는 사람(人)을 중심으로 한 문왕팔궤(文王八卦), 120년 전부터는 땅(地)을 중심으로 한 정역팔궤(正易八卦)로 구분했습니다. 이 정역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결실의 시대, 소남(小男)의 시대인 간방(艮方)에 해당되어 미래가 아주 밝다고 했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실제 한반도의 미래는 밝습니다.
청년 실업 문제로 젊은이들의 얼굴이 어둡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젊은이(小男)의 나라입니다. 이들의 문화가 활짝 꽃피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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