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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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0-08-23 18:11 조회2,426회 댓글0건본문
최근 정부 여당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편 가운데 하나로 수도 이전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수도 이전 문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안보, 지정학적 요인 등과 관련해
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 때의 행정수도 논란을 먼저 기억하겠지만,
실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수도 이전이 진행됐었다.
물론 당시에도 갑론을박 속에서 수도 이전은 흐지부지됐지만,
청남대 신설, 3군 본부 대전 이전, 정부 과천청사 신축 등 상당한 사업이 진행됐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는 그보다 더 본격적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했다.
당시 추진했던 행정수도특별법은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었는데
’관습 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좌절됐다.
이 결정에 따라 2006년 행정수도특별법은 행정 중심 복합도시 특별법으로 변경됐고,
세종시에 일부 정부 부처가 이전하고 청와대 제2 집무실 자리를 마련해 두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로 정해진 것은 잘 알다시피 조선 시대 이성계 때다.
당시 이성계는 조선의 수도를 개성 대신 한양과 신도안 둘 중
한 곳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무학대사의 말을 듣고 한양(서울)으로 정했다.
한양(漢陽)은 한강의 양지바른 북쪽을 뜻하는 말로,
삼각산 아래 청운동, 효자동, 적선동, 가회동 등 강북이 중심지였다.
이성계는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이후 종로2가에 이씨 왕조 종묘를 세우고
신라의 천 년처럼 이씨 왕조의 천 년을 도모했다.
이 종묘의 정문 이름도 무학대사에게 부탁해 지었는데,
그 이름에 내포한 의미가 재미있다.
무학대사는 이성계의 천도와 천 년 왕조를 도와주는 대신
사대 성문 안에 큰 절을 짓고 불교를 국교로 하기로 약속받았으나
성균관 유생들의 반대와 왕자의 난 등으로 인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무학대사는 한양이 불교가 번창할 장소가 아니며
이씨 왕조 역시 천 년을 가지는 못할 거로 내다보고
종묘 정문 이름을 ‘창엽문(蒼葉門)’이라 지어주었다.
겉으로 보면 ‘조선 왕조가 푸른 잎처럼 무성하게 번창하라’라는 뜻처럼 보이지만,
파자(破字)하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창(蒼)을 파자하면 ‘十十八君’이 되는데, 합하면 스물여덟 임금이다.
현재 종묘의 위패가 모두 28위다.
태조부터 시작해 27대 순종을 거쳐 마지막 왕손 이구(李玖)을 끝으로
조선 왕조는 28대로 끝났다.
엽(葉)을 파자하면, ‘十十世木’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20대(代)’가 된다.
실제로 조선 왕조 왕계도를 보면 대수(代數)가 20대(代)다.
즉, 이씨 왕조가 20대 28 군왕으로 막을 내린다고 내다보았는데,
실제 결과도 그러하니 무학대사의 예지력이 놀라울 뿐이다.
탄허 스님 말씀에 의하면 계룡산 안의 신도안은 지금 3군 본부가 이전한 자리로,
원래 그곳에 청와대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금강을 끼고 있는 계룡산은 삼각산 아래 한양과 달리 부처님 도량일뿐만 아니라,
계룡산 30리 바깥 공주시 유구면 공암리에 공자 바위가 있어
유생들이 살아갈 도량의 지세까지 갖추고 있어
한양과는 다른 좋은 지상(地象)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조선총독부 철거 등
사회적으로 큰일이 많이 터지자
김영삼 대통령은 빈승 등 5~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문을 구했다.
그때 빈승은 수도에 관한 탄허 스님의 말씀을 전한 바가 있다.
수도 이전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더해 역사, 지리 등 다양한 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한반도 역사의 내력을 알고 그 시대 국민의 살아가는 방향을 보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분란만 낳고 결과는 없는 무의미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올해 경자년은 쥐띠해로서 육십갑자의 시작이 되는 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까지 겹쳤다.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혼란 속에 우리는 서 있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국가의 중요한 정책을 수립할 땐
각계각층의 다양한 자문과 조언을 받고 실행해야만 한다.
원행스님(오대산 월정사 선덕·조계종 원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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