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연구논문> 연구논문

연구논문

민생주의(民生主義)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6-15 09:41 조회1,993회 댓글0건

본문

본격적인 모내기 철이 시작됐다. 모내기는 한 해 농사의 시작으로, 농민들은 모내기를 마친 후 단오를 맞는다. 한해 풍년과 무사 안녕을 이때 비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모내기 철은 온데간데없고 본격적인 정치 철이 시작된 것 같다. 물론 정치는 매우 중요한 민주 공화정의 꽃으로, 나라와 국민의 삶에 직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리 보는 대선주자에서부터 삼십 대 야당 대표 선출까지 온통 정치 이야기뿐이다.

 

무엇보다 민생이 우선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성을 돌보지 못한 정치는 반드시 몰락했다. 지금 농촌에 한 번 가보면 왜 민생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단박에 알게 된다.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인력 수급이 막혀 농민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치솟는 임금에 농자재값까지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다. 농업인 수당 등 국가에서 다양한 지원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다. 이젠 농사를 포기한 잡초 무성한 논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농민뿐인가? 청년은 청년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중년은 중년대로 코로나 19의 늪까지 더해져 하루하루 사는 게 정말 고역이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특수고용직 등 당장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이들도 많다. 유월 햇볕 때문이 아니라 희망 없는 내일 때문에 속이 새카맣게 타고 있다. 장터에 나와 산나물 좌판을 진열해 놓고 있는 촌로의 검게 탄 손등과 비스듬히 눌러 쓴 밀짚모자는 안타까움 그 자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이런 민생조차 정치라는 단어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 그들의 밥상이 우리와 다르지 않고, 그들의 시계 역시 우리와 같은 속도로 돌아갈 텐데, 어찌 된 일인지 전혀 다른 시공간 속에서 사는 사람들 같다. 하버드대학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함께 쓴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라는 책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붕괴의 여섯 가지 위기 신호가 고스란히 우리 정치권에 있다. 이건 정말 가슴 서늘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87 체제 이후 형식적인 민주주의는 달성했을지라도 내용적인 민주주의는 내면화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 19에 묻힌 탓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게 하나 있는데 바로 ‘ESG’. ESG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줄임말로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및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 등에서는 이미 기업을 평가할 때 ESG가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평가에 그치지 않고 국제무역과 투자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제 투자회사들은 ESG에 어긋나는 기업은 투자 리스트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최근 포스코나 한화의 계열사 변화는 모두 이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대기업이 ESG 위원회를 꾸리고 국제정세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는 4차산업으로의 전환 못지않은 대격변이다. 본질부터 변하지 않으면 애써 쌓아온 한강의 기적은 먼 옛날얘기가 될 판국이다.

 

국내적으로나 국외적으로나, 거기에 코로나 19까지 보탠 2021년의 대한민국 상황은 민생부터 먼저 챙겨야 하는 절박함 그 자체다. 민고(民苦)는 결국 리더십을 무력화한다.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수없이 봐왔다. 리더십이 무너지면 시대적 변화의 추동력은 언감생심이다. 어떤 정치평론가는 정치가 부패한다는 것은 금전적인 타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했는데, 여기에 한마디 보태자면 민생을 외면하는 것도 정치 부패의 일종이다.

 

세상살이가 어떤지는 절에 있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머니들, 할머니들 기도가 길어지면 그만큼 사는 게 힘든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절을 찾는 불자가 많이 줄었지만, 그나마 방문한 불자들의 기도 소리가 쉬 끝나지 않는 요즘이다. 민생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정치를 간절히 기대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