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년(辛丑年) 동짓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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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2-19 23:54 조회1,811회 댓글0건본문
12월 22일은 신축년(辛丑年) 동짓날이다. 소승은 1년 전 이맘때 경자년(庚子年) 동지(冬至)를 맞아 코로나 19로 고통에 빠진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동지의 유래와 의미에서 찾은 칼럼을 발표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 1년이 지나고, 전 세계가 코로나 19를 극복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으나 코로나 19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1년 전 그 칼럼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도 토씨 하나 어색하지 않을 이 상황에 마음이 천근만근이다.
온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백신 접종률 80%를 넘기고 큰 기대 속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을 시행했지만, 하루 확진자 7천 명대를 기록하며 다시 사회적 빗장을 걸어 잠그게 됐다. 백신 선진국들도 하루에 수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해 올해도 ‘블루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됐다는 소식이다.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고 자율주행차니 AI니 하는 첨단과학을 자랑하는 인류가 이 작은 바이러스 하나에 어쩔 줄을 모르니 이래저래 인류문명의 초라함만 확인하는 지난 2년이 됐다.
어찌 됐든 저물어가는 신축년 끝자락에서 다시 동짓날을 맞았다. 동지, 하면 팥죽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팥이 확인되는 건 청동기시대 유적에서부터니 팥은 한반도 역사만큼 오래된 작물이다. 언제부터 팥죽을 먹는 문화가 있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동짓날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 시대 문인들이 남긴 여러 문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팥죽을 문에 뿌려 귀신을 쫓으려 했다는 전통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는 팥죽의 어떤 성분에 기대했다기보다, 팥의 붉은 색이 양(陽)을 뜻해 음의 기운인 역병이나 귀신을 쫓아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밤이 길어 음기(陰氣)가 성해지면서 양의 기운인 붉은 팥죽으로 이를 다스리려고 한 것이다.
달력을 주고받는 전통 또한 역사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동짓날 임금은 신하에게 달력을 하사했다. 관상감에서 책력과 달력을 만들어 왕에게 진상하면, 왕은 옥새를 찍어 백관에 나눠줬다고 한다. 관리들도 서로서로 달력을 선물했다. 관원들은 다시 가까운 친지나 주위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이를 단옷날 부채 나눠주기와 더불어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하였는데 달력이 흔해진 오늘날 동짓날 달력 나눠주기 풍속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절집에서는 여전히 그 맥을 잇고 있다.
또 우리 조상들은 동짓날을 ‘희망’과 ‘새로운 출발’로 보았다. 고려 시대엔 동짓날을 만물이 회생하는 날이라고 여겨 고기잡이와 사냥을 금지했고, 조선 시대 초기에는 어려운 백성이 모든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를 즐겼다고 한다. 이날을 ‘작은 설’이라 부르며 명절처럼 화려한 옷을 입고 음식을 나누었다는 기록도 있다.
다가오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黑虎)’의 해다. 검은 호랑이는 리더십과 독립심이 강하고 정열적이며 활동적이라 야망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단점으로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배려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내년에 치를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돋보이는, 검은 호랑이의 힘찬 기운을 받은 리더가 당선되어 코로나 19 극복은 물론 우리나라의 앞날에 튼튼한 초석을 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 년이었지만, 동지 팥죽 한 그릇으로 임인년(壬寅年) 새 희망과 새 출발을 다져보면 좋겠다. 올 한 해, 코로나 19의 최전선에서 봉사한 수많은 의인이 있었다. 신축년을 보내고 임인년을 맞는 지금, 이분들의 희생에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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