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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역사와문화]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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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2-11 15:08 조회4,0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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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체의 불국토, 아우름의 성지

2.
역사 전통과 문화 전통의 현재적 아우름

 

월정사의 현재를 대변하는 것은 의연한 산세와 대가람이 아니다. 월정사의 현재를 대변하는 것은 월정사가 안고 있는 불교의 정신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월정사는 그 정신을 가까이는 한암 선사로부터 멀리는 신라의 자장 스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온 사상과 신앙의 역사를 조명하고 현재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월정사의 역사와 정체성을 되짚어보기 위해 개최한 각종의 학술세미나와 다양한 문화 행사들은 오대산 월정사가 역사 전통과 문화 전통의 현재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00010월에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200110월에는 「강원도 불교문화재의 종합적 검토」라는 주제로, 그리고 200210월에는 「오대산 적멸보궁의 종합적 검토」라는 주제로 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학술세미나 주제들은 월정사에서 매년 10월에 개최하고 있는 오대산 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개최된 세미나의 첫 번째 3회에 걸친 것이다. 주제에서 잘 드러나는 것처럼, 그 초점이 오대산 불교성지의 중핵을 이루는 문화유산들과 그 주변 문화재의 조명에 있다. 오대산 불교신앙과 문화 그리고 사상의 근원에 대한 탐색이다. 오대산 불교권은 오랜역사의 부침과 전란 속에서 적지 않은 위기들을 겪었고, 그러한 위기들이 초래한 역사의 단절은 오대산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문화공동체에 적지 않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하였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역사적 정체성에 대한 재조명은 오대산 전통문화공동체의 근원이 불교신앙과 사상에 밑바탕을 둔 것임을 재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있다.

한편 200910월에 개최된 「한강의 시원지 오대산 우통수」라는 주제의 세미나, 2010년에 개최된 「월정사 탑돌이 원형복원을 위한 학술세미나」, 2011년에 개최된 「오대산 조선왕조실록·왕실의궤 기록문화와 디자인」을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 등은, 오대산 전통문화공동체의 외연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평가된다. 신라시대의 오대산 문화공동체가 불교사상과 신앙을 바탕으로 공동체의 초석을 다지는 시기였다면, 불교문화가 찬란한 꽃을 피웠던 고려시대의 오대산 문화공동체는 불교사상과 신앙을 기반으로 지역공동체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기였을 것이다. 이어지는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의 사회였고, 오대산 전통문화공동체 역시 시대의 질곡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그러한 조선시대에 오대산 전통문화공동체는 여타의 성지와는 다른 형태로 외연적 확장을 거듭하게 된다. 2000년대 이후 월정사가 중심이 되어 개최하고 있는 한강시원제는 그러한 역사적 확장의 현재적 계승이라고 할 것이다.

조선시대의 역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서대 수정암 옆에 위치한 ‘우통수(于筒水)’는 한강의 시원지로 인식된다. 이후 그러한 인식은 조선의 새로운 도읍인 한양의 젖줄인 한강의 시원지인 우통수를 품고 있는 오대산이, 조선 왕실을 음우가호(陰佑加護)하는 성산(聖山)이라는 인식으로 확장되면서 조선 왕실의 원당과 같은 역할이 오대산 불교성지에 부여된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사고(史庫)가 오대산에 설치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곧 조선시대에 오대산 불교성지는 조선 왕실에 의해 한강의 시원지이자 조선 왕실을 수호하는 성지로서도 주목받게 되는것이다. 조선 초기부터 오대산에서 봄가을에 한강의 시원을 기리는 대제가 정례적으로 개최된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이다.

2000년대 이후,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기간 동안에 개최되는 한강시원제와 조선왕조실록 및 의궤 반환운동과 오대산 사고본 원소장처 봉안 운동은 이러한 조선 시대의 오대산 역사를 복원하려는 노력이다. 역사는 제자리에 있어야만 그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근현대 시기 동안 월정사를 중심으로 하는 오대산 불교성지는 불교신앙과 사상의 중심지 중의 하나이기는 했지만,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지리적으로 변방오지에 위치한 전통 신앙과 사상의 성지 중 하나였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과거 역사의 복원과 계승을 위한 노력은 역사적, 문화적 변방을 새로운 중심지로 부각시키는 지렛대로서 기능하고 있다. 과거의 역사가 현재 속에서 새롭게 조명될 때마다 월정사와 오대산 성지의 미래는 새로운 지향점을 그 역사 속에 새겨넣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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