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정사 역사와문화]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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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2-11 15:04 조회4,011회 댓글0건본문
Ⅴ. 공동체의 불국토, 아우름의 성지
이 땅에서 사찰은 전통문화와 역사 그리고 신앙이 살아 숨 쉬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같은 이 땅이 겪었던 지난한 현대사의 굴곡은, 사찰에서마저 전통문화와 역사 그리고 신앙의 전통이 온전히 계승되는 것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았다. 월정사를 중심으로 한 오대산 불교권의 현대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아니 오대산 불교권의
현대사는 더욱 부침이 심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부침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들어서서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공간 중의 하나로 오대산 불교권이 우뚝하니 서게 된 것은, 역시 그러한 역사의
부침에 굴하지 않고 전통문화와 역사 그리고 신앙전통의 계승을 위해서 몸을 사리지 않았던 큰 스님들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오대산에는 사상과 신앙, 전통문화 역사를 세운 성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오대산이 불교의 성산(聖山)으로 처음 자리매김할
때는 그 초석을 놓았던 자장 스님과 이 땅을 불연국토(佛緣國土)의 국가적 성지로 거듭 세웠던 성덕왕 때의 보천과 효명 태자가
있었다. 또한 신라 말 잊혀져 가던 성지신앙(聖地信仰)의 맥을 되살려 오대산문수성지라는 거대한 공간을 재창출했던 유연 장로와 굴산문 범일조사를
계승한 신의 두타가 있었다. 고려 말조선 초에는 나옹 스님으로부터 함허 스님 그리고 신미와 학열로 이어지는 나옹
스님의 문도들이 대거 오대산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강의 시원지이자 조선 왕조의 원당이자 성산(聖山)이 되었다. 임진왜란을 전후해서는
서산대사와 사명대사의 문도들이 대거 입산하는 한편 『조선왕조실록』 곧 조선의 역사를 지키는 사고지(史庫地)가 설치되면서 역사와 신앙을 아우르는 수호성지가 되었다. 또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불교전통을 계승, 복원하는 큰 산맥이었던 경허 큰 스님의 선지(禪旨)가 한암중원 큰 스님을 통해 터를 잡았다. 그리고 그 선맥이 탄허
대강백과 만화 희찬 스님을 거쳐 오늘날 오대산문수성지의 대강(大綱)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천 삼백 여 년의 오랜 역사 속에 차곡차곡 쌓인 면면부절한 전통과 정신이 오늘날 오대산 문수성지가 지향하고 있는 미래상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1. 근현대 한국불교
전통의 복원과 계승
1995년, 월정사 주지로 주석하고
계시던 현해 스님을 위시한 한암 문도들은 한암 스님의 법문과 자취들을 모아 『한암일발록』을 간행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2010년 초판본에 없는 새로운
발굴자료를 추가한 『정본 한암일발록』을 간행하였다.
이것은 1947년 상원사에 화재 때 일실되었던 한암 스님의 『일발록(一鉢錄)』이 문도들의 손에
의해 다시 집대성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비록 한암 스님 스스로 찬한 『일발록(一鉢錄)』은 아니라 할지라도, 한암 스님의 가르침과
사상을 계승 진작하고자 하는 문도들의 노력에 의해 스님의 발자취와 가르침이 다시 한 번 세상에 유전하는 길을 활짝 펼쳐놓은 것이다.
정념 스님은 『정본 한암일발록』의 간행사에서 “계정혜 삼학, 이 세 가지가 치우침
없이 병행될 때, 비로소 각행원만(覺行圓滿)의 인격 완성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선사(禪師)께서는 항상 간화선을
최고의 수행법으로 삼으시고, ‘승가오칙(僧家五則)’을 제정하여 수행과 일상생활이 일체화된 수행규범을 제창하셨습니다. 참선, 간경, 염불, 의식, 가람수호, 이 다섯 가지는 참다운
수행자로 거듭 나게 하고 승가를 유지, 발전케 하는 한국불교의 근본”임을 강조하여 오대산과 월정사의 지향점이 한암 스님의
정신을 유지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1930년대 중반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기간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이 이끌던 시대의 월정사를 중심으로 하는 오대산 불교는 현대 한국불교의 주역이자 동시에 현대 한국불교사의 주된 현장이었다. 경허 스님을 기점으로
하는 조선의 불교를 굳건히 지켜낸 전통의 계승자이면서 수호자 노릇을 자임하였던 분이 한암 스님이라면, 스승이 지켜낸 전통을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전통을 현대사에 새롭게 살려내고자 일생을 주저하지 않았던분이 탄허 스님일 것이다.
월정사를 중심으로 하는 오대산 불교가 『정본 한암일발록』을 간행한 것을 비롯하여,
2006년에 간행한 『그리운 스승 한암 스님』, 한암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회의의 개최와 그 성과를 모은 『한암사상(漢岩思想)』의 간행 등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그것을 매개로 근현대를 넘어 오대산이 품고 있는 한국불교전통의 진면목에 다가서려는
의지가 담겨있다.
한암 스님의 사상이 경허 스님과 보조 스님의 선지(禪旨)에 맞닿아 있는 사실이 끊임없이 새롭게 조명되는 것도, 탄허 스님의 역경 사업이 한국불교 선문전통(禪門傳統)에서 중요하게 여기던 이통현 장자의 『신화엄경론』을 비롯한
선문(禪門)의 저서들을 초점으로
하고 있는 것도, 모두가 한국불교 전통의 계승과 복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것은 불교의 성산(聖山) 신앙을 중핵으로 하는 오대산 전통문화의 출발점에 대한 재인식이기도 하다. 곧 근현대 불교전통의 계승 현장을 이해해야만 불교 성지 오대산이 품고 있는 본연의 정신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암 스님과 탄허 스님을 중심으로 하는 근현대 한국불교 전통의 계승과
복원에 주력한 1990년대 이후에 이루어진 월정사의 역사 복원 노력은,
그 이전의 천 삼백 여 년 불교문화 전통에 다가서는 첫걸음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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