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 피해자 인권상황과 통합적 치유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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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 관리자 작성일14-06-26 11:02 조회4,653회 댓글0건본문
국가폭력 피해자 인권상황과 통합적 치유모델
- 고문피해자를 중심으로 -
1. 고문 등 국가폭력의 피해
일반적으로 국가폭력이란 “국가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위법하고 부당한 인권침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슷한 개념들로 ‘국가범죄’, ‘위법한 정부 행위(governmental lawlessness)’, ‘공권력 남용행위(the abuse of power)’ 등이 다양하게 현재 사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1985년 UN총회가 채택한 「범죄 및 권력남용 피해자를 위한 사법적 기본원칙 선언」 제18조는 공권력 남용에 의한 피해자(victim of abuse of power)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국가가 권력남용을 금지하는 법률을 위반하였거나 국내 형법을 위반하지는 아니하였으나 인권과 관련한 국제 규범을 위반하여 작위 또는 부작위를 통하여 신체적ㆍ정신적 상해를 포함한 피해, 정서적 고통, 경제적 손실 또는 기본권의 중대한 침해(군 자살, 과잉진압, 강제수사, 고문, 공무 중 사고, 재난 등과 국가의 지원책임이 있는 폭력 피해자를 포함한다)를 당한 사람과 그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를 포함한다), 직계 친족 및 형제자매, 피부양자”
이 글에서는 위와 같은 공권력남용에 의한 인권침해로서 국가폭력 개념을 사용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국가폭력의 주요 형태로는 불법감금, 불법 형집행, 불공정 재판, 고문 등 가혹행위, 정치적 살인이나 의문사, 실종, 전쟁, 대량학살(genocide)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고문은 가장 대표적인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범죄이다. UN 「고문방지협약」 (공식명: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유엔협약) 제1조에 의하면 고문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공무원이나 그 밖의 공무 수행자가 직접 또는 이러한 자의 교사·동의·묵인 아래, 어떤 개인이나 제3자로부터 정보나 자백을 얻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가 실행하였거나 실행한 혐의가 있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인이나 제3자를 협박·강요할 목적으로, 또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기초한 이유로, 개인에게 고의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만, 합법적 제재조치로 초래되거나, 이에 내재하거나 이에 부수되는 고통은 고문에 포함되지 아니한다.”
고문의 범위와 관련하여 「고문방지협약」 제16조는 위 제1조의 고문 정의에 미치지 아니하는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즉,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를 고문이라 하고, 그 밖의 것은 부당한 대우(maltreatment)로 취급하는 것인데, 이는 고문과 非고문(부당한 대우)을 나누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고문에 의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개인에 따라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며 해당 사회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면에서 적절하지 못하다. 여러 고문피해 사례들에서도 보듯이, 물고문과 같은 강력한 고문행위에서도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었던 경우가 있는 반면, 겉보기에 단순 협박이나 옷 벗기기 같은 모욕적인 처우에도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입은 경우가 있었다. 또한 효행이나 가족에 관한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한국에서 부모와 가족에 대한 협박은 피해자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고문기법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고문의 일차적인 목적은 피해자의 정체성을 파멸시키는데 있고, 이러한 좌절과 인격의 파괴 안에 고통이 놓여 있다”고 할 때 잔혹하며,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이 ‘非고문’으로 구분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할 것이다.
더욱이 오늘날 고문은 과학의 도움을 받아 더욱 진화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물리적 타격에 의해 신체적 손상을 입히지 않더라도 다양하고 체계화된 심리적 압박을 통해서도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같이 과거 고문행위가 널리 행해졌고 피해자가 사전에 고문피해나 사례에 대해 알고 있을 경우, 고문에 대한 암시, 협박만으로도 고문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 만약 과거의 전통적 고문 범례만을 고문으로 인정할 경우, ‘고문은 사라졌지만, 고문피해자는 존재’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문은 개인을 신체적, 심리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행위로서 그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신체적 상해는 물론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피해자에게서 가장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후유증으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대표적이며, 이는 생명을 위협당하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경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 밖에도 불안과 우울을 비롯한 심각한 정서적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간이 경과할수록 그 후유증은 심각해지며 자살, 알코올 또는 약물중독과 같은 이차적 피해와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으로 가족의 해체,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게 한다,
이러한 정신심리적 외상(트라우마)은 한 개인에게 "영구적인 내적 폭력'으로 작용하여 고문과 같은 국가 폭력을 경험한 이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사건 당시의 경험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되고 악몽을 꾸며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된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피해 당사자들이나 우리 사회가 이런 심리적 위급성을 거의 자각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는데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들어 여러 과거사 관련 특별법을 통해 고문 등 위법부당한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피해사실을 규명하고 일부 구제에 나서고 있으나, 진실규명되는 경우는 극히 한정적이며 구제·지원에서도 신체적 상해, 구속 기간에 대한 형식적 보상 지원에 머물고 있다. 반면 위법·부당한 국가폭력에 의해 발생한 정신적 외상으로 인한 장기간의 정신적 후유증, 가족 피해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이 방치된 상태이다. 고문을 포함한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일시적인 사과나 부분적인 경제적 보상으로 종결되었다 할 수 없고, 이들의 정상적 사회생활로의 회복과 재활에 대해 국가는 지체 없이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
2. 한국의 고문 등 국가폭력 피해자 현황
우리 사회에서 근대적 고문은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혹독한 탄압에서 시작되어 해방 이후 1950년대에도 꾸준히 발생했고 4·19혁명기에 잠시 이승만 정권하 친일경찰의 고문행각이 부각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에는, 1964년 발생한 ‘인민혁명당’사건의 경우처럼, 일부 대형 공안사건에서 고문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으나 언론검열에 의해 밖으로 알려진 경우는 크게 감소했다. 1970년대에 들어 학생운동, 노동운동, 종교계에서 고문폭력에 대한 성명서 발표가 꾸준히 있었지만, 역시 언론검열에 의해 사회적으로 확산되기는 어려웠다. 이 시기에는 국내보다는 오히려 국외에서 한국의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 고문조작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와 국제적인 항의가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공안사건, 시국사건이 양적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고문피해자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억누르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고문피해자들은 각종 수기, 공판진술, 호소문, ,선언문, 탄원서, 성명서, 진상보고서, 고문사례 모음집 등을 통해 고문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였다.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10·27법난(1980), 전민노련·전민학련 사건(1980), 부림사건(1981), 오송회 사건(1983), 민청련 김근태 의장 고문사건(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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