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이 그리 어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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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3-16 17:47 조회498회 댓글0건본문
미국 뉴욕시에 라과디아 공항이 있다. 케네디 공항과 함께 뉴욕의 주요 관문이다. 이 라과디아 공항의 이름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에 뉴욕 시장을 지낸 피오렐로 라과디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도대체 이 시장은 얼마나 유명하기에 케네디 대통령과 동급이 됐을까?
가장 유명한 것이 그의 ‘빵을 훔친 노파 판결’이다. 판사 출신인 그는 어느 날 빵을 훔친 노파의 재판을 맡게 됐는데, 노파의 딱한 사정을 듣더니 벌금 10달러를 선고했다. 모두가 선처를 기대했는데 뜻밖의 선고였다. 그런데 그는 선고와 동시에 자신에게도 10달러의 벌금을 내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같은 시민의 배고픔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잘못이 내게도 있다.”
이 판결은 그를 ‘불세출의 명판관’으로 유명하게 해 우리나라 도덕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진면목은 사실 그 이후에 드러난다. 라과디아는 판사직에서 물러난 후 뉴욕 시장에 출마해 당선했는데, 당시 기승을 부리던 마피아와의 전쟁을 수행하며 뉴욕 시장을 세 번 연달아 역임했다. 전국적인 인기와 존경을 받으며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로부터 대통령 후보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그는 이런 말을 남기고 초야로 향했다. “정치는 시민의 평범하고 안온한 삶을 지키는 데 가장 큰 목표가 있다.”
최근 몇 달간 우리나라의 상황은 라과디아의 이 마지막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과연 우리 정치는 국민의 평범하고 안온한 삶을 지키고 있는가?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가족과 함께 평범하고 안온한 시간을 보내야 할 주말에 우리 국민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거리에서, 소셜미디어에서 극한의 분열을 겪고 있다. 듣기에도 민망한 험담과 욕설과 저주를 퍼부으며 투쟁에 내몰린 것이다. 개인으로 만나보면 다 정겨운 우리 이웃이자 평범한 장삼이사들인데 정치의 무대 위에선 너나없이 악다구니가 된다.
이는 누가 뭐래도 우리 정치가, 우리 정치인이 만든 질곡이다. 눈앞의 정치적 이익에 매몰돼 국민을 정치 투쟁의 최전선에 내몬 것이다. 어느 정치인도 ‘차분한 관조(觀照)’를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국가적 성찰과 침착함이 필요한데 오히려 분열의 불쏘시개를 자임하고 있다.
이 극한 대립이 벌써 100일이 넘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지수는 2019년 사실상 1위라고 평가받던 12위에서 2024년 47위로 급전직하했다. 스웨덴에 있는 ‘V-dem’이라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발표다.
이쯤에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기각되는 대로, 인용되면 인용되는 대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폭발할 것 같다. 이 중심에 정치가 있음은 불문가지이다. 앞으로 남은 정치 일정도 혼란의 큰 요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치가 나서야 한다. 국민에게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을 되찾아 주는 데 전력을 쏟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지금까지 격렬한 시기를 겪어왔다. 선진국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룬 것을 단 70년 만에 이뤄낸 것이다. 이런 성취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가 지금 목전에 있다.
부처님은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하셨다. 우주 만물은 늘 변하므로 매달릴 일이 없고,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므로 집착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권력이란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 정치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부디 국민이 대립과 분열의 아스팔트를 벗어나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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