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버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1-22 13:44 조회758회 댓글0건본문
푸른 뱀의 서기(瑞氣)가 깃들었다는 을사년이 밝았건만 올 한해 전망은 밝지 않다. 특히, 경제가 그렇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2025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춰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우리도 ‘잃어버린 시대’를 맞을 거라고 한다.
굳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도 없다. 오대산을 찾아오는 불자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지금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자영업자들이 특히 힘들다고 한다. 올해마저 살길이 보이지 않으면 대부분 장사를 접을 계획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트럼프 2기를 맞았다. 알다시피 트럼프는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세계를 향해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리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물론 미·중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운신의 폭이 극히 좁아질 것 같다. 불확실성투성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가장 큰 불확실성은 뭐니 뭐니 해도 정치다. 안 그래도 진영에 갇혀 대립을 일삼던 우리 정치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더니 일부 시위대가 기어코 법원에 난입해 기물을 부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새해를 맞아 차분히 올 한해를 계획해야 할 1월에 모두 아스팔트로 몰려나와 저주와 분노와 적개심으로 가득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 흉측한 아우성이 이곳 오대산에까지 메아리치는 것 같아 마음이 몹시 무겁다.
머지않아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 소추를 판결한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국론분열은 자명하다. 인용하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누가 새 대통령이 되든 격렬한 대립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상대편 대통령을 흔쾌히 받아들일 세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
기각돼도 그 또한 극심한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미 대통령의 권위와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다. 앞으로 대통령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국정이 제대로 굴러가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진퇴양난, 호구(虎口)에 걸려든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모든 책임은 온전히 정치권에 있다. 혼란을 극복하고 국민 화합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혼란을 극대화하고 있다. 입으로는 청년과 미래를 말하지만, 지금처럼 눈앞의 이익만 좇는다면 청년도, 미래도 없다. 마찬가지로 입으로는 민생을 말하지만, 행보를 보면 민생은 염두에도 없는 것 같다. 산중의 먹승이 내뱉는 지나친 말일까?
단언컨대, 올해 우리의 화두는 민생과 경제가 아니다. 통합, 화해, 배려, 수긍… 이런 단어들이 치열한 화두가 되어야 한다. 향후 우리 정치 일정은 매우 험난하다. 만약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을 치러야 하고, 일 년 후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그 와중에 계엄 관련 재판이 진행될 것이고, 거기에 김건희 여사 문제와 명태균 사건까지 덧붙여질 전망이다. 죽기 살기 식의 극한대립이 이어지는 암울한 일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과 화해와 배려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내전과 같은 국가분열은 우리가 70년 동안 피땀으로 쌓아 올린 금자탑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
부처님은 늘 인내와 용서와 평화를 강조하셨다.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미움으로써 미움을 갚으려 하지 말라. 미움을 끝내려면 미움을 버려야 한다. 인내와 용서만이 평화를 얻게 해준다. 이것은 변치 않는 참다운 진리다. (不可怨以怨 終以得休息 行忍得息怨 此名如來法)”라고 하셨다. 정치권에 이 게송을 간곡히 전하고 싶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