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심마(心馬)’를 멈추고 ‘본래면목’을 보자(도민일보 양 2월3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6-02-03 09:40 조회12회 댓글0건본문
질주하는 ‘심마(心馬)’를 멈추고 ‘본래면목’을 보자
원행 대종사 월정사 선덕
원로 의원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육십간지(六十干支) 중 마흔세 번째인 올해는 천간의 병(丙)과 지지의 오(午)가 모두 치열한 ‘불(火)’의 기운을 품고 있다. 마치 거친 벌판을 내달리는 붉은 말처럼,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와 폭발적인 에너지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요동치는 마음을 ‘심마(心馬)’, 즉 날뛰는 말에 비유한다. 길들여 지지 않은 야생마는 주인을 목적지가 아닌 벼랑 끝으로 몰고 가듯, 성찰 없는 열정과 통제되지 않은 욕망은 개인과 사회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이 바로 그러하다. 기술의 진보는 유례없이 빠르고, 경제적 도약의 기회는 도처에 널려 있으나, 정작 그 위를 달리는 우리의 마음은 분노와 갈등, 비교와 집착이라는 채찍질에 괴롭기만 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와 정치적 대립, 그리고 AI라는 거대한 기술적 파도 속에서 ‘승풍파랑(乘風破浪)’의 기개를 외친다. 그러나 산중 빈승의 눈에 비친 현실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모두가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질주하지만, 정작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은 실종되었다.
불교의 핵심 진리인 연기법(緣起法)에 따르면, 세상에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없고, 자연의 파괴가 인간의 번영이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굴레에 갇혀 서로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
병오년의 강렬한 불기운은 잘못 쓰면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산불이 되지만, 잘 다스리면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등불이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엔진이 아니라, 날뛰는 심마를 멈추게 할 ‘지혜의 고삐’다.
국가 발전과 사회의 성숙은 지표상의 숫자에서 오지 않는다. 그것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얼마나 정화되었는가, 즉 ‘사회적 자비’가 얼마나 실현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병오년 한 해, 우리 국민이 견지해야 할 세 가지 마음가짐을 제안해 본다.
첫째, ‘조고각하(照顧脚下)’의 자세다. 남을 비판하고 세상을 탓하기 전에,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발밑부터 살펴야 한다. 혐오와 갈등의 언어는 결국 자신을 태우는 불길이 된다.
둘째, ‘동체대비(同體大悲)’의 실천이다. 타인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 능력이 국가의 진정한 품격이다. 소외된 이웃, 세대 간의 갈등, 지역의 격차를 ‘남의 일’로 치부하지 않고 한 몸처럼 살피는 자비심이야말로 병오년의 거친 기운을 온기로 바꾸는 유일한 길이다.
셋째, ‘중도(中道)’의 균형 감각이다. 불의 해에는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보수와 진보, 디지털과 아날로그, 성장과 복지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2026년은 대한민국이 대도약의 원년을 구축하느냐, 아니면 갈등의 불길 속에 소진되느냐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붉은 말은 힘차게 달리되, 그 위에 올라탄 우리는 ‘지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성취보다 귀한 것은 평온이다. 우리 국민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야생마를 잘 길들여, 그 역동적인 에너지를 자신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원력으로 승화시키길 간절히 발원한다. 뜨겁게 타오르는 병오년의 태양 아래, 우리 사회가 분노를 넘어 화합으로, 탐욕을 넘어 나눔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광명’의 한 해가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