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자후> 지면법문

지면법문

기해년 동안거 결제법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9-11-10 06:46 조회2,861회 댓글0건

본문

 

안중무예휴도괄(眼中無瞖休挑括)

경중무진불용마(鏡中無塵不用磨)

신족출문행대로(信足出門行大路)

횡안주장창산가(橫按拄杖唱山歌)

창산가혜(唱山歌兮)

산시산 수시수(山是山 水是水)

 

눈 가운데 티끌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 가운데 먼지 없으니 닦으려 하지 말라.

발을 디뎌 문을 나가 큰 길을 행함에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산 노래를 부름이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금일(今日)은 기해년 동안거 결제일이라.

산문(山門)을 잠그고 삼동결제(三冬結制)에 임하는

대중(大衆)들의 마음자세는

모든 반연(攀緣)과 갈등(葛藤)과 시비장단(是非長短)을 내려놓고

이번 결제기간 동안

반드시 화두(話頭)를 타파(打破)해서

대오견성 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야 함이라.

흉내만 내고 앉아 있는 반딧불 같은 신심(信心)으로는

이 광대무변(廣大無邊)한 부처님 진리의 세계에

도저히 갈 수가 없음이라.

 

해마다 반복되는 결제와 해제에

빠지지 않는 사부대중(四部大衆)이 가상(嘉尙)하기는 하지만

부처님 법을 배우는 목적은 자기사(自己事)를 밝히는 데 있다

 

중국 선종의 4대 조사(四代 祖師)이신

도신(道信) 선사 당시에 우두 법융(牛頭法融) 스님이 있었다.

 

우두 스님이 젊은 시절에 혼자서 정진(精進)을 하고 있노라면,

온갖 새들이 꽃을 물어 와서

공부하는 자리에는 항상 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공양(供養) 때에는 천녀(天女)들이 공양을 지어 올렸다.

 

하루는 우두 스님이 도신 선사를 찾아뵙고

그간에 공부했던 것을 말씀드렸다.

도신 선사께서 그것을 들으시고는

"네가 그러한 삿된 소견(所見)을 가지고

어찌 불법(佛法)을 알았다고 할 수 있느냐?" 하시며

직하(直下)에 방망이를 내리셨다.

무릇,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온갖 새가 꽃을 물어 나르고 천녀가 공양을 올렸으니

큰스님 중의 큰스님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불법의 근본진리를 아는 사람이 보건대는,

그것은 몇 푼어치 안 되는 살림살이이다.

 

우두 스님이 도신선사께 법 방망이를 맞고 분발(奮發)하여

다시 정진(精進)을 하니

새들이 꽃을 물어오지 않았고,

천녀들도 공양을 지어 올리지 않았다.

 

그 후 오랜 세월이 지나서

어느 스님이 남전(南泉) 선사께서 여쭙기를,

 

"우두 스님에게 새들이 꽃을 물어다 바치고

천녀가 공양을 지어 올리는 것은 어떻습니까?"하니,

남전 선사께서는

"걸음걸음이 부처님의 계단을 올라간다"라고 답하셨다.

 

"도신 선사로부터 방망이를 맞은 후, 새들이 꽃을 물어오지 않고

천녀들도 공양을 올리지 아니한 때는 어떻습니까?"

 

"설령 온갖 새들과 천녀가 오지 않는 다해도

나의 도()에 비하면 실 한 오라기에도 미치지 못하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 진리에도 깊고 얕은 세계가 있다.

 

그러니 여러 대중은 이러한 법문을 잘 새겨듣고서,

공부를 지어가다가

반짝 나타나는 하찮은 경계들을 가지고 살림으로 삼아

자칫 중도(中途)에 머무르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부처님의 정안(正眼)을 밝히는 데

근간을 두고서 철저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횡안주장불고인(橫按拄杖不顧人)

즉입천봉만봉거(卽入千峰萬峰去)

주장자를 횡으로 메고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천봉과 만봉 속으로 들어감이라.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