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와 상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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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0-11 13:56 조회1,916회 댓글0건본문
가을을 대표하는 열매 중에
‘도토리’와 ‘상수리’가 있다.
둘은 열매를 맺는 나무가 다르고,
생김새도 확연히 구분된다.
모양이 좀 길쭉한 도토리는
열매를 싸고 있는 받침(까정이)에 털이 없다.
반면 상수리는 깍정이에 털이 있고,
모양이 도토리보다 둥글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면서,
상수리보다 좀 더 익숙한 도토리가
상수리의 의미까지 갖게 됐다.
즉 상수리는 상수리나무의 열매만 가리키지만,
도토리는 상수리를 포함해
참나뭇과 나무의 모든 열매를 뜻한다.
‘진짜’ 도토리의 깍정이 겉면은 도톨도톨하다.
여기서 도토리라는 말이 생긴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옛 문헌에
도토리를 ‘저의율(猪矣栗)’로 적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도토리는 ‘돼지의 밤’, 즉 돼지의 먹이를 뜻하는 말이다.
‘猪’는 ‘돼지 저’이고, ‘栗’은 ‘밤 률(율)’이다.
그리고 돼지의 고어가 ‘돝’이다.
이렇듯 도토리의 어원은 그 근거가 명확하다.
반면 상수리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란길에서 도토리묵을 맛있게 먹은 후
수라상에 자주 오르게 되면서
얻은 이름’이라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그냥 재미로만 알고 넘어갈 민간 유래담이다.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수리’를 한자로 ‘상실(橡實)’이라 하는데,
이 ‘상실’이 어떤 음운변화를 거쳐
‘상수리’가 됐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다만 그 근거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모든 말은 분명 어원이 있겠지만
문자로 적힌 것이 많지 않아
음운변화를 모두 알 수는 없다.
‘상수리’도 그런 말이다.
도토리와 관련된 표현에 ‘개밥에 도토리’가 있다.
“개는 도토리를 먹지 않아 밥 속에 있어도 그냥 남긴다”는
뜻에서,
따돌림을 받아서 여럿의 축에 끼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개밥에 들어 있는 도토리’를 줄인 말이
‘개밥에 도토리’다.
이런 이치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거나
좋은 것에 있는 사소한 흠”을 의미하는
‘옥에도 티가 있다’를 줄이면 ‘옥에 티’가 된다.
‘옥의 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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