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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돌아보며

월운큰스님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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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7-01 06:35 조회1,464회 댓글0건

본문

 

 

흰 구름이 홀연히 보름달을 가렸으니

 

 

지난 밤에 흰 구름이 

홀연히 보름달을 가렸으니 

 

산과 강을 구별할 수가 없고

동쪽과 서편을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운악산의 아침햇살은 

여전히 대가람의 창호를 비추는데 

 

다경실 처소에는 

인기척이 멈추면서 적요함만 가득합니다

 

자비로운 배의 노를 잃어버렸으니 

 

고해를 헤메는 나그네는 

무엇에 의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우왕좌왕할 뿐입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설사 달이 진다고 해도 

절대로 하늘을 여윌 수는 없는 법입니다

 

사부대중의 큰달이며 

스승님의 문자사리인 한글대장경은 

 

여전히 일천강을 비추면서 

사바세계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에게 의지하지 말고 

법에 의지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다시금 되뇌이면서 헛헛한 마음을 추스릅니다.

 

이제 후학들은 

운악산 줄기줄기가 

비로자나의 법신이요 

 

북한강 굽이굽이가 

팔만대장경의 광장설이며 

 

봉선사 동종이 울릴 때마다 

감로법음을 내리시는 줄 알며 

 

또 청풍루에서 

맑은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선정삼매를 이룰 것입니다

 

큰법당 용마루 위를 지나가는 흰구름은 

만고(萬古)에 유유(悠悠)하고 

 

방적당(放跡堂)의 고노불(古老佛)은 

천추(千秋)에 여여(如如)하실 터이니 

 

다시 한번 여름 밤하늘의 달을 쳐다봅니다.

 

명월상괘대허중(明月常掛大虛中)이니

야반불로중차월(夜半不勞重借月)이라

 

밝은 달이 언제나 허공에 걸려 있기에

한밤중에도 힘들이지 않고 다시 달을 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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