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당 무산스님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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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 스님 작성일18-06-01 11:23 조회3,175회 댓글0건본문
지난 밤
설악산이 소리 없이 우는 것을 들었습니다.
계곡물도 울먹이며 지나갔고
새들도 길을 잃고 슬픔을 참지 못해 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처럼 삼라만상이 무릎을 꿇고 슬퍼하는 것은
이 산중의 주인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스님께서는 오랜 세월동안 대청봉에 홀로 앉아
꽃피고 새가 울면
아름다운 서정과 깊은 선지로 설악의 진경산수를 노래하였습니다.
낙엽이 물들고 떨어지면
내려놓음의 성찰로 우리를 일깨우고,
눈보라치고 칼날선 바람이 불 때면
일기일경으로 선지를 풀어내던 무산대종사께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두고 무생의 세계로 환귀본처하셨습니다.
온갖 장애와 고통으로 얼룩진 사대를 해탈하고
무생법인을 증득하여 법계의 자유인이 되셨습니다.
보고 듣는 것을 거둔 것은
생멸이 없는 본분을 나투기 위함이요.
말하고 움직이는 것을 그친 것은
나고 죽음이 없는 생사의 틀을 바꾼 것입니다.
스님!
비록 적멸의 깊은 곳에서
해탈의 안락을 누리고 계시더라도
무생의 한소식을 한번 보이십시오.
여기 모인 대중은
평소 소탈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이끌어주시던 그 진용과 법음을
뵙고 들을 수 없어 슬픔에 잠겼습니다.
일생동안 걸림없이 종횡무진,
가는 곳마다 원통자재하셨던
그 일기일경을 보지 못해 가슴이 무너집니다.
생사자재한 기용으로 격외시적을 한번 보이십시오.
스님께서는 우리 종문에 귀의하여
일념정진으로 자기명근을 밝히고
범성의 미혹을 떨쳐버렸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 얽매이는 틀에서 벗어나,
버리고 구하지 않는 조주가풍으로
일생을 백납의 삶을 사신 눈밝은 운수였습니다.
스님이 남긴 업적은 깨달음의 가치로 빛날 것입니다.
백담사에서 무문관을 개설하여
빛바랜 선문을 일으켜 세운 것도 스님이었고
역사 속에 묻혀있던 만해를 일으켜
세워 평화와 정의,
그리고 생명사상을 전개한 것도 스님이었습니다.
스님이 성취한 깨달음과 대방무외한 선지는
산과 바다를 누르고 대기대용은 하늘높이 치솟았습니다.
밝은 안목은 본분자리를 벗어난 일이 없고,
갈고 닦아서 이룩한 덕행은
하심으로 이어져 밑바닥까지 자기를 내려놓았습니다.
특히 스님이 남긴 선시는 돈오뇌성이었습니다.
우리 문학사에 이렇게 큰 울림은 없었습니다.
구절마다 담긴 선지는 우리 가슴을 울리고
일언일구마다 아름다움을 풀어내는가 하면
때로는 우리 영혼을 후려치는 주장자이기도 하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뇌성 같았습니다.
이제는 생멸없는 세계에서
해탈의 자유와 안락을 누리시고
오고감이 없는 대자재력으로
다시 이 땅에 오셔서 중생을 깨우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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