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큰스님 영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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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행스님 작성일19-02-23 09:37 조회3,175회 댓글0건본문
조계산이 깊은 적막 속에서 몸을 뒤척이며 비통함에 잠겼습니다.
산도 슬픔으로 인해 빛을 잃고 깊은 침묵에 잠겼고,
새들도 길을 잃고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적멸을 이룬 빈자리를 보고 울었고
바람도 서러워 울먹이며 지나갔습니다.
이처럼 눈앞에 있는 산천초목이
일기일경을 통해 비통함을 드러내어 슬퍼하는 것은
이 산중에 오랫동안 주석하시며
조계의 불일을 더욱 높이고 종풍을 떨친
보성 대종사께서 열반적정에 드셨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생멸의 슬픔을 막고 소멸하지 않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모든 생명은 이루어지고 무너지는 질서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생명의 바탕인 법성은 변함이 없고 이루어지고 무너짐이 없습니다.
대종사께서는
이 생명의 바탕을 깨닫고 해탈의 길을 열고
적멸의 진상만 남기고 우
리 곁을 떠나 법계의 자유인이 되셨습니다.
이제 우리를 깨우쳐 주던 일언일구도 들을 수 없고
진용을 뵈올 수 없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일생동안 보고 듣는 것을 멈춘 것은
생멸이 없는 삶을 살기 위해 생사의 틀을 바꾼 것이요,
말하고 움직이는 것을 그친 것은
무생의 본분을 보이기 위해서 적정삼매에 들었을 뿐입니다.
스님!
비록 생사의 틀을 바꾸어
적멸의 깊은 곳에서 무생법인을 증득하고 계시더라도
격외의 수단으로 대기대용을 한번 보이십시오.
여기 모인 대중은
평소 인자하신 모습으로 이끌어 주시던
그 진용과 법음을 듣지 못해 슬픔에 잠겼습니다.
용무생사하신 기용으로 격외시적을 한번 나투십시오.
대종사께서는 일찍이 우리 종문에 귀의하여
일념정진으로 본래면목을 참구하여 영취의 종지를 밝혔고,
종장이셨습니다.
그리고 진각국사가 이룩한 선문의 기보와
보조의 정혜결사의 정진을 통해
선문의 당간지주를 높이 세웠고,
효봉스님과 구산스님의 서슬 푸른 기상과 수행규범을
더욱 빛나게 하셨습니다.
대종사께서는 일생동안
버리고 구하지 않는 조주가풍으로
고불의 의단을 타파하고 갈고 닦은 지혜로
불조대기를 터득한 백납의 운수였습니다.
이제 대종사의 가고 오는데 걸림이 없는 임운자재한 모습과
대방무외한 선지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 생사의 어둠에서 벗어나는 길을 물어야 하고
격외의 진수를 배워야 합니까?
여기 모인 대중의 비원을 들으시고
삼계왕래에 자재하시는 기용으로 사바의 인연을 맺어
이 땅에 다시 한 번 불일을 밝히시고
조계의 선풍을 드날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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