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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과 계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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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3-07 15:15 조회53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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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엄과 계몽 

 

 

누구나 알다시피 

지금 우리 사회에는 

굉장히 중요한 헌법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세상의 재판은 

소송의 당사자인 원고와 피고가 

판사 앞에서 

자신의 행위가 옳음을 

증거와 논리로 싸운다. 


그날의 어이없는 사태를 

생중계로 보았듯 

이 말싸움을 

재판관만 지켜본 건 아니다. 


법정은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어 

주권자들도 저마다 

마음의 평결을 내리고 있을 것이다.

 

양측이 수없이 주고받은 말의 공방에서 

두 단어가 이목을 끌었다. 


피청구인단은 

계엄이 곧 계몽이라고 했다. 


계몽은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침’

이란 뜻이다. 


글쎄, 손바닥마다 컴퓨터를 쥐고 다니는 마당에 

누가 누구를 계몽한다는 말인가. 


‘눈앞’의 저 무궁함을 모른 채, 

뻔하다고만 여기다가 그만 자백하고 말았다. 


“나는 계몽되었습니다.”

 

소추인 측은 마지막 변론에서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을 언급하며 

일상의 회복을 소망했다. 


풍경은 風景이다. 


왜 바람 풍(風)을 쓸까. 


제아무리 단단한 경치도 

결국 바람에 사라질 운명이라는 암시일까. 


‘風 속의 虫’처럼 

바람 속의 벌레가 되어 생각해본다. 


눈앞을 보면, 저 풍경도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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